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새 총재 선거에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이 출마 의사를 굳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회견에서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자민당이 처한 상황은 매우 위기”이라며 “국민 여러분에게 당내 분단, 이런 상처를 수복하고 치유하고, 하나가 돼 앞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답했다.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그는 자신의 지역구를 거론하며 “최종적으로 대응하고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출마를 위한 준비를 본격화했다고 평가하며 13일로 예정된 지역구 모임에서 지지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다음 주 후반부에 출마 부산 금융센터 선언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했다.



지난해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맞았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로이터=연합뉴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지난해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에도 많은 화제를 불러모은 바 있다. 중소기업진흥원 1981년 4월생인 그는 올해 44살이다. 자민당 총재직에 오르면 사상 최연소 총재가 된다. 자민당 역대 최연소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로, 아베 전 총리가 총재직에 처음 올랐을 당시 나이가 51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다음 달 4일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 열리는 국회 총리 지명선거에서 승리할 경우에도 그는 새로운 근로자 기록을 쌓게 된다. 만 44세 3개월의 나이에 일본의 초대 총리였던 이토 히로부미에 이은 두 번째 ‘젊은 총리’가 된다.
그뿐만 아니다. 총리를 지낸 부친 고이즈미 준이치로(83)와 함께 부자(父子)가 모두 총리직에 오르는 이색 기록을 쌓게 된다. 가족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의 아내 다키가와 크리스텔(47)은 프랑스계 소액결제 한도 일본인으로 후지TV 아나운서 출신의 방송인이다. 과거 2013년 아베 총리가 일본이 도쿄올림픽 유치를 하던 당시 발표를 맡아 큰 주목을 받았다. 형인 고이즈미 고타로(47)는 배우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행보 역시 독특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했고 귀국해 돌아와선 일본의 종전일이자 패전일인 8월 15일 적금 이자 계산기 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환경상을 맡았던 시절,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펀(Fun), 쿨(Cool), 섹시(Sexy)하게 다뤄야 한다”고 발언해 한국에서 ‘펀쿨섹시’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로이터=연합뉴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에 대항하는 또 다른 인물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다. 일본의 첫 여성 자민당 총재, 첫 여성 총리 타이틀에 도전하는 그는 1961년 3월생으로 올해 64세다. TV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하며 1993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뒤 지금까지 활발히 정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베 총리 노선 계승을 하겠다고 주장해 한국에선 ‘여자 아베’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년 빠짐없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이어오는데다 한국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지난 1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를 찾아 출마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해 결선투표까지 올라가 이시바 총리와 막판 경쟁을 벌였던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기시다 전 총리를 찾아간 데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지난해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기시다 전 총리가 이끌었던 파벌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이시바 측이 표를 던지면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지지율 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만큼 기시다 총리 측에 ‘지원’을 요구하는 차원의 방문이라는 해석이 다수를 이룬다.
자민당의 새 총재 선거에 대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1년 전 패자부활전 같은 것”이라며 견제구 던졌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출마했던 인물이 재차 출마했을 뿐, 자민당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해 이시바 총리가 취임 후 바로 중의원(하원)을 해산한 것을 거론하며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종합선거대책 본부 설립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